보도자료

홈페이지 홍보마당 보도자료
[르포] K스텔스 기술의 산실 가보니...“육해공 모든 아군에게 ‘투명망토’ 입히는 게 목표”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 글보기
[르포] K스텔스 기술의 산실 가보니...“육해공 모든 아군에게 ‘투명망토’ 입히는 게 목표”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
대표 URL https://n.news.naver.com/article/366/0000877722
보도매체 조선비즈
작성자 관리자 보도일 2023.02.15 조회수 265

기계연구원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
2014년부터 9년간 900억원 투자
육·해·공 걸쳐 메타물질 활용해 다양한 스텔스 기술 개발
“전장의 아군에 투명망토 씌울 것”

 

 

대전 유성구에 자리한 한국기계연구원 본원. 이곳 본관 건물 4층에 21명의 직원이 모여 있는 소규모 연구 조직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파동연구단)’이 자리하고 있다. 조직 규모도 작고 간판만으로는 어떤 연구를 하는지 짐작도 하기 힘든 곳이지만, 정부 차원에서 2014년부터 지금까지 9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한 연구단이기도 하다.

파동연구단은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는 곳일까. 이달 10일 사무실에서 만난 이학주 연구단장은 ‘메타물질’이라는 용어로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설명했다. 메타물질은 초월을 뜻하는 그리스어 메타에 물질을 결합한 말로 한자로는 ‘초(超)재료’라고 부른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물성을 지니도록 인위적으로 가공한 물질이다.

 

 

111

스텔스 메타물질이 두 겹 들어간 견본이 전파를 얼마나 흡수하는지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다. /최정석 기자

 

 

메타물질의 가장 큰 특징은 ‘파동’이라고 불리는 자연현상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파동은 빛이나 전파, 소리 같은 것들이 장애물과 충돌했을 때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빛이 어떤 물체에 부딪히면 반사되거나 투과되거나 흡수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 파동을 제어할 수 있게 되면 인위적으로 반사를 막거나 원래는 흡수가 안 되는 걸 흡수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투명망토를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이 바로 메타물질이다. 망토에 메타물질을 입히면 빛이 정상적으로 반사되지 않고 망토 뒤의 사물에만 반사되기 때문에 사람의 눈에는 망토가 보이지 않게 되는 식이다.

메타물질이 주목받는 이유는 스텔스 기술처럼 국방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파동연구단에 많은 돈을 투입한 것도 같은 이유다. 미국이나 중국 등 방산기술 선진국들도 메타물질 개발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입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퓨처마켓인사이트는 메타물질 시장이 2031년 94억1500만달러(한화 약 12조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의 메타물질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이학주 단장은 원천 기술 수준만 놓고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단이 내놓은 메타물질 원천기술 개수와 수준만 따지면 한국은 이 분야 세계 최고 레벨에 있다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파동연구단은 국내에서 364건, 해외에서 165건의 메타물질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222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이 개발한 스텔스용 메타물질. 비닐 소재 위에 특수 제작한 전도성 잉크를 발라 만들었다. /최정석 기자

 

스텔스 전투기는 메타물질을 적용한 사례 중 가장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스텔스는 적군 레이더에 아군 위치가 표시되지 않도록 회피하는 기술이다. 레이더가 적 전투기 위치를 파악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레이더는 사방으로 전파를 발사하는데 이 전파가 전투기와 충돌한 뒤 반사돼 돌아오면 이를 인식해 적 전투기 위치를 파악한다.

그런데 레이더가 쏜 전파가 전투기와 충돌한 뒤 반사되지 않고 오히려 전투기에 흡수된다면 어떻게 될까. 레이더에 전파가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적 전투기 위치를 파악할 수 없게 된다. 메타물질을 스텔스에 적용한 게 바로 이 부분이다. 전파가 전투기에 닿으면서 발생하는 파동인 ‘반사’를 제어하는 메타물질을 만들어 적군 레이더를 피하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연구단에서도 스텔스 전투기용 메타물질 샘플을 볼 수 있었다. 빨간색 반투명 비닐 위에 고전게임 ‘스페이스 인베이더’에 나올 법한 외계인 형태를 띤 도트 패턴이 반복적으로 찍혀있었다. 연구단은 이 메타물질 이름을 ‘광대역 전자파 흡수체’라 불렀다. 이 메타물질을 전투기 겉면에 섞으면 레이더가 쏘는 전파를 흡수해 반사되는 양을 줄일 수 있다.

 

333

메타물질이 삽입되지 않은 견본(왼쪽)과 메타물질이 두 겹 삽입된 견본에 같은 전파를 쐈을 때 반사되는 전파량을 측정한 결과. 평범한 견본은 전파가 그대로 반사돼 손실된 전파량이 0인 반면, 메타물질이 삽입된 견본은 전파가 일부 흡수돼 전 주파수에 걸쳐 전파량이 마이너스로 측정돼있다. /최정석 기자

 

 

스텔스 성능을 직접 수치로 확인할 수도 있었다. 연구단 내부에 마련된 실험실로 들어가자 금속으로 된 아치형태 구조물 상단에 확성기처럼 생긴 레이더가 2개 달려있었다. 레이더 전파가 닿는 곳엔 스텔스 메타물질 샘플을 놓을 수 있도록 받침대가 있었다.

김기출 파동연구단 연구팀장은 스텔스 메타물질이 두 겹 들어간 전투기 겉면 견본과 메타물질이 없는 견본에 똑같이 전파를 발사했다. 이후 레이더로 되돌아오는 전파량을 측정해 비교했다.

메타물질이 없는 견본의 경우 레이더가 발사한 전파량과 돌아온 전파량이 같았다. 반면 메타물질이 두 겹 들어간 견본은 레이더가 발사한 전파보다 더 적은 전파가 돌아왔다. 레이더가 발사한 전파의 주파수에 따라 적게는 15데시벨(㏈), 많게는 20㏈ 가깝게 흡수됐다. 현장에 있던 김 팀장은 “파동연구단이 만든 메타물질은 기존 스텔스보다 4배 넓은 레이더 주파수에 전부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전파를 이 정도로 흡수하면 적 레이더에 전투기 크기가 훨씬 작게 나타나 하늘에 있는 새들과 구별할 수 없게 돼 위치를 숨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444

 대한항공이 개발중인 스텔스 무인 전투기 개념도. /대한항공

 

  

국내에서도 대한항공이 차세대 스텔스 무인기를 개발하고 있다. 파동연구단의 스텔스 메타물질 기술이 국내에서도 활용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이외에도 파동연구단은 적외선카메라를 피할 수 있는 보병용 스텔스, 잠수함 내부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밖으로 새지 않도록 만들어 음파탐지기(소나)에 걸리지 않도록 돕는 해저용 스텔스를 개발 중이다. 이 단장은 “전장의 우리 장병에게 ‘투명 망토’를 입히겠다는 의지와 각오로 연구개발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도 파동연구단의 메타물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 방산업체 임원은 “국방 분야는 실증 통과가 어렵기 때문에 테스트베드 역할을 해주면서 기술 지원을 해줘야 한다”며 “메타물질 기술이 발전하면 자주국방뿐 아니라 방산 수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 같다”고 말했다.

 

 

555

 대전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 회의실에서 이학주 단장이 메타물질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최정석 기자

 
 
 

 

 

 

 

 

 

 

 

 

위로 가기